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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치하고 가슴떨리고 풋설었던 그 순간-소녀들의 기억.

산적8 2007. 3. 1. 12:37

소녀 바이 소녀

 

유치하고 가슴떨리고 풋설었던 그 순간-

 

그때는 조금씩 사회생활을 배워가고 있던. 어느 퇴근길이었다.

머리가 핑핑핑 돌만큼 많은 일들을 순식간에 해치워야 했고 따라주지 않는 손과 머리를 원망하며 울적한 표정을 지은채 지하철을 탔다.

 그때 어디선가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친구들과 무척이나 밝은 표정으로 웃고 떠들고 있었다.

 

해맑아 보이는

그들을 보며 문득 지난 나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수업시간이면 친구들과 만화책을 돌려봤고

독서실 간다는 핑계로 우루루 몰려가서는 이따금씩

오락실에 들러 신나게 오락을 하기도 했다.

 

그때를 기억한다.

그리워 한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을 그리워 하는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

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난 그 시간들을 그리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가 지게 된 삶의 무게가 서슴없이 나를 짓누를 때면.

 

그리고 그것이 어른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그 나이의 책임감이라고

무표정하게 주위에서 말할때면

 

가끔씩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들이 생각나곤 한다.

그때 예민했던 18

나는 오로지 나 혼자만의 삶을 꿈꿨었고

빨리 성장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면서도 얼마나 많이 주위에 기대었던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의존하고 그러나 혼자서 또 스스로의 고민속에 싸여 골몰하고..

 

 

소녀 바이 소녀.

 

한명은 스쿠터를 타고 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날라리.

한명은 가방에 한가득 책들을 넣은채 학원에 다니는 모범생.

서로 다른 소녀와 소녀가 만나 서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

순정만화의 스토리가 늘 그렇듯이 여기에는 느끼한 꽃미남 또한 존재한다.

 

유치하고 뻔하고 귀여운 그런 이야기.

마치 우리의 소녀 시절이 그랬듯이.

 

두명의 여주인공은 아주 귀엽다.

 

가끔씩은 가벼운 영화가 보고 싶다.

그리고 가끔씩은 나의 지난 소녀시절이 생각난다.

또는 지금 십대를 살아가고 있는 소녀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하지만 조금은 상투적인 어법을 벗어나도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운 감도 드는. 그런 작품.

대부분의 소녀들은 전교 1등과 날라리 라는 극단적인 생활보다는

평범하고 무난한 생활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그런 소소한 작품들도 언젠가는 한번 보고 싶다.

(내가 한번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ㅋㅋㅋㅋ)

 

 

 

<임성언양과 곽지민양.ㅎㅎ>

 

. 다시

퇴근길.

지하철 속에서 마주친 소녀들은

곧 우울한 표정으로 가방을 부여잡더니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의고사 성적이 내려서 우울해

-..오늘은 정말 놀고 싶다..학원가기 싢어~

 

돌아가고 싶었던 나의 소녀시절은

결코 완전한 핑크빛으로 뒤덮인 달콤한 시절은 아니었다.

그때에도 나는 수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었고

여러 틀에 갇혀 갑갑증을 느꼈었다.

 

그러나 아직 무한대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조금은 세상이 우리를 관대하게 봐주었고.

 

사회의 이기적인 칼날에 마음을 다치지 않은

부드럽고 연약한 마음을 지닌 우리들의 그 빛나던 시절.

돌아갈수는 없겠지만.

다만 그리워 하며 추억할 뿐이지만.

그러나 잊지말기를-

 

그 빛나던 시절.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꿈꾸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 회색으로 뒤덮인 도시 속에서

단지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반짝이던 꿈의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건 아닐까.

모든 꿈꾸는 소녀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이제 소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어른이 되어버린,

그러나 아직도 연약한 마음을 지닌 스물이 훌쩍 넘은 우리들의 꿈도

역시 이루어지기를.

 

 

 

출처 : Picnic
글쓴이 : 흑설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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